참사가 있었던 현장들의 건축물들은 말끔하게 복원되거나 수습되었지만, 여전히 그것에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역시 중의적인 의미에서, '지금까지 그래왔듯'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그래왔듯 앞으로도 그래서'는 안 될 것이기에 팽목항에 도착해 차에서 내렸다. 앞으로 그 곳은 '경유지'가 아니라 반드시 '도착지'여야 하기 때문이다. 성수대교 참사로부터 세월호 참사까지의 20년 동안 한국에는 수많은 참사들이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죽거나 다쳤지만 참사의 흔적은 금세 휘발되었고, 현장은 곧 복원되었다. 그 곳에서 사람들은 다시 평온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담았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계의 지독하게 슬픈 평온함을 직시하고 싶었다. 복원된 것은 건축물 뿐, 남겨진 사람들의 상처는 제대로 치유되지 않았으며, 어떠한 문제도 해결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