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에서 태어나 학교도 다니지 못하고 가족들 뒤치다꺼리에 평생을 보낸 순희는 젊었을 때부터 청력이 좋지 않아 허드렛일만 하며 대부분의 인생을 살아왔다. 그런 그녀에게 찾아온 치매는 안정된 그녀의 삶을 혼란에 빠뜨린다. <순희>는 가장 낮은 곳에서 인생을 살아온 한 여성이 치매에 걸리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영화는 비극적인 상황에도 불구하고 어떻게든 일상을 유지하려는 순희의 모습을 과장되지 않은 어조로 담담하게 그린다. 가중되는 그녀의 병에도 불구하고 시종일관 지나친 감정과잉으로 흐르지 않는 연출은 오히려 순희가 겪는 어려움이 얼마나 일상적인 것인지를 깨닫게 해 준다. 종래에는 모두가 겪을 수밖에 없는 인생의 위기, 늙고 병들어 간다는 것이 누구에게도 예외일 수 없듯이, 순희의 삶은 보편적 절망과 희망이 섞여 있는 모든 인간이 겪어내야 할 과정임을 영화는 담담하게 말해주고 있다. (최은영) [제19회 장애인영화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