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인 미아와 그녀의 언니 지아는 바다로 여행을 떠나고, 두 사람은 펜션 직원인 청각장애인 재희와 친해진다. 바닷가에 사람들의 말(言)을 훔치는 이상한 남자가 나타나고, 그들의 인연은 기이한 방식으로 이어진다. <오래된 사랑의 실체>는 장애를 지닌 인물들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초현실적인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영화를 연출한 이창교 감독과 함께 각본을 쓴 이도형 시인의 동명의 시집에서 제목을 따온 이 영화는 시각과 청각이 부재하는 남녀, 그리고 말(言)을 훔치는 남자라는 초현실적인 인물을 통해 교감의 원류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감각의 부재는 어쩌면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지만 존재하는 감정들에 대한 민감한 촉수로 작용하는 것이 아닐까. 시각과 청각이라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당연한 감각이 거꾸로 진정한 감각으로 이르는 길을 더디게 하는 것임을 이 영화는 은연중 말하고 있다. 작은 혼돈을 조금씩 쌓아가 마지막 장면의 클라이맥스로 이어지는 흐름이 돋보이는, 함축적인 시의 감각을 느낄 수 있는 작품. (최은영) [제19회 장애인영화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