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인 딸 예원을 위해 뭐든지 해주고 싶어하는 엄마 승연은 딸의 변덕을 따라 학원을 전전한다. 피아노를 치고 싶은 딸을 위해 피아노학원에 가지만 단번에 퇴짜를 맞고, 미술이 자기 길인 것 같다는 딸을 위해 승연은 예원과 함께 호기롭게 미술학원으로 향한다. <걸음이 빠른 달팽이>는 시각장애인 가족의 삶에 관해 다루고 있는 기존 영화들과 다른 기조를 지닌 영화다. 장애인을 돌보며 그들의 아픔을 나누는 가족의 삶이 보여주는 신산스러움 대신, 아홉 살 난 딸 예원의 밝고 씩씩한 모습과 그녀를 위해 어떤 일도 마다하지 않는 엄마의 모습을 통해, 영화는 고난에도 굴하지 않는 강한 의지와 낙관적 시선에 보다 방점을 찍고 있다. 편견을 넘어서는 넘치는 사랑, 여유와 끈기를 가지고 대처하는 자세는 그들을 둘러싼 세상을 좀 더 밝은 시선으로 바라보게 만든다. 영화의 마지막에 등장하는 예원의 그림은 장애가 가르쳐줄 수 있는 인간에 대한 성숙한 시선, 절망을 넘어서서 희망을 꿈꾸는 이들에 대한 응원의 마음이 담겨 있다.